03 일이 무너지던 해

삼국지를 다시 읽으니 관우가 달라 보였다

어릴 때는 관우를 좋아했다. 서른이 넘어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는 좋아하던 인물들이 일을 어떻게 그르쳤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읽은 삼국지는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60권짜리 만화였다. 어릴 때는 관우를 제일 좋아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끝내 이겨서 잘 살았을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기대를 먼저 깨뜨린 인물도 관우였다. 좋아하던 인물이 죽고 그 뒤로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는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서른이 넘어서도 삼국지 게임을 하면 관우를 고르지 않는다고 2018년의 글에 적었다. 그 인물이 싫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릴 때의 실망까지 같이 따라왔다. 책 속 사람에게 오래도 서운해하고 있었다.

다시 읽을 때는 일이 망하는 쪽이 보였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주로 촉나라 사람들을 두고 떠들었다. 그중에서도 제갈량 이야기를 먼저 꺼내곤 했다. 어릴 때 대단한 전략가로 보던 사람인데, 다시 읽으니 사람을 쓰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당시 글에서는 마속을 중용한 일을 못마땅해했다. 위연을 대하는 태도에도 불만이 많았다. 제갈량이 정치와 행정, 전쟁까지 혼자 처리하려는 것처럼 읽혔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일을 혼자 붙들면 어떡하느냐는 생각을 했다.

관우에게도 예전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읽은 이야기에서는 자기 판단을 너무 믿다가 일을 그르치는 사람으로 보였다. 무기나 수염을 떠올리며 좋아하던 때와 달랐다. 그 사람이 무슨 선택을 했는지를 더 따지게 됐다.

이건 역사 속 인물의 실제 능력을 평가하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읽은 삼국지연의와 만화 속 인물을 두고 친구와 나눴던 감상이다. 당시 글에도 연의에 기대어 가진 생각이라고 먼저 적어뒀다.

유비에게는 다른 점수를 줬다

유비에 대해서는 인품 말고 무엇이 남느냐고 꽤 심하게 썼다. 게임 능력치를 적듯이 정치와 무력, 지력에는 낮은 점수를 주고 매력에만 높은 점수를 줬다. 책을 읽으며 화가 난 사람이 하는 말에 가까웠다.

그렇게 비판하고도 마지막에는 사람을 모으는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고 동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앞서 욕하던 두 사람보다 점수를 높게 줬다. 혼자 잘하는 것에 불만을 늘어놓다가 사람을 모으는 능력을 다시 보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친구와 함께 공연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일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 관심도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기는 쪽으로 가 있었다.

그렇다고 삼국지를 읽고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건 아니었다. 같은 해에 남긴 일에 관한 회고를 보면 내 판단도 자주 틀렸다. 책 속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데 내 일에서는 결정을 미뤘다.

어릴 때 좋아하던 인물들이 달라 보인 건 분명했다. 이야기를 다르게 읽게 됐다고 내가 그 인물들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된 건 아니었다. 2018년의 글을 다시 읽으면 관우를 향한 불평 옆에 그때의 나도 같이 보인다.

2018년 3월 5일에 쓴 독서 감상을 다시 편집했다. 삼국지연의와 만화에 관한 개인 해석이며 정사에 대한 설명과는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