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 날에 그해를 정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걸 매년 했으면 좋았을 텐데 2017년 마지막 날의 저는 정리는커녕 앞으로 다 잘될 거라는 기대만 갖고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2018년 치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
2017년에 큰 그림을 갖고 왔는데 일이 이상하게 굴러갔어요. 사기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일을 겪고, 그해 후반에 새 파트너와 다시 케이팝 쪽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의욕이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잘하고 싶었어요.
첫 프로젝트는 계획한 네 개 도시 중 한 곳만 목표를 넘겼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그냥 무너졌어요.
한국에서 만난 사람
첫 프로젝트를 어정쩡하게 마무리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법인 대표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화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고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아주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술자리에서 제가 왜 거기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뭔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건 그때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못 빠져나왔어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는데 반년이 지나도록 손에 잡히는 게 없었거든요. 이거라도 붙잡아야 밑천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그만뒀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그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망했습니다. 잡혀 있던 일정의 90퍼센트를 취소했습니다. 티켓이 거의 안 팔렸고 제가 올린 의견은 대부분 그냥 묻혔습니다.
그런데도 다음엔 진짜 잘될 거라는 생각이 저를 붙잡고 있었어요.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지, 어떤 조건으로 일하는지 문서로 정해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별걱정이 없었어요. 걱정이 들어도 금방 지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따지다가 눈앞의 기회를 놓치기 싫었거든요.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 일정의 절반을 또 취소하면서 확신이 왔습니다. 이렇게 가면 안 되겠구나.
요구하고, 미뤄지고
대표에게 조건과 계약서를 요구했습니다. 생활비 명목으로 보내주던 돈은 이미 끊긴 지 오래였습니다. 계약에 그런 조항이 없었으니 그쪽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죠. 그 타이밍을 놓친 게 그해 가장 큰 후회입니다.
7월이 지나고 8월이 지나고 9월까지 미뤄졌습니다. 독일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기준에 맞춰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했더니, 너희 기준과 내 기준을 맞춰보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 말은 그때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때 저는 이미 반쯤 놓은 상태였어요. 감정 소모에 지쳐 있었고 5월부터 조금씩 만지던 코딩에 재미가 붙어서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서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틀어졌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은 10년 지기 친구였어요. 그런데 보는 눈이 하나도 안 맞더군요. 일을 보는 눈, 계약을 보는 눈, 계약을 미루는 대표를 보는 눈까지 전부요.
큰소리로 다퉜고 골이 깊어졌습니다.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그게 다시 화가 됐습니다. 이 부분이 제일 오래갔습니다. 돈보다요.
9월 중순
미루던 9월 중순이 왔고, 대표 입에서 너희가 제시한 조건은 지금으로선 무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빠지겠다고 했습니다.
그쪽에서는 부탁이라는 말과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그 일이 간단하지 않은 것처럼 나와 내 친구의 삶도 간단하지 않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그게 9개월의 끝이었습니다.
나오고 나니까 속이 시원했습니다. 컴플레인을 안 받아도 되고 친구와 싸울 일도 없어졌어요. 계약서도 없이 생활비 수준만 벌면서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남은 건 두 가지입니다. 사람을 조금 더 조심하게 됐고, 제 앞일에 조금 더 신중해졌습니다. 수업료가 꽤 비쌌습니다.
이 글에 이어서 그해에 얻은 것을 따로 쓰겠다고 예고해놓고 결국 안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