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착

수하물을 안 찾고 게이트를 나왔습니다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배기지 클레임을 지나쳐 그대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독일에서의 첫 시간은 그렇게 시작했고, 그날 오후 쾰른 대성당 앞에 서 있었습니다.

독일에 처음 들어간 날 이야기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그날 밤까지, 사진에 남은 시각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공항에서 한 첫 번째 실수

뒤셀도르프 공항에 내려서 사람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러다 문을 하나 통과했는데,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손에 캐리어가 없었습니다.

배기지 클레임을 그냥 지나쳐서 밖으로 나와버린 거였습니다. 되돌아 들어갈 수는 없고, 독일어는 못 하고, 유심도 아직 없었습니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가 잡혔어요. 그걸로 현지에 있던 친구에게 연락했고 캐리어는 결국 되찾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닌데요, 그때는 등에 땀이 났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뭘 잃어버리면 문제가 실제보다 두 배쯤 커져 보이더군요. 그걸 그날 처음 알았어요.

오후 1시 27분, 대성당 앞

사진에 박힌 시각이 2월 28일 13시 27분입니다. 서울보다 여덟 시간 느린 곳에 서 있었습니다.

2017년 2월 28일 낮에 정면에서 올려다본 쾰른 대성당
내려서 몇 시간 만에 본 쾰른 대성당. 사진에는 꼭대기가 안 들어갑니다.

건물 앞에 서니까 소리가 먼저 나왔습니다. 감탄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입이 벌어졌어요. 저는 한국 전통 건축을 좋아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것과 압도당하는 것은 다른 일이더군요.

가까이서 본 쾰른 대성당 외벽, 표면이 검게 그을려 있다

가까이서 보면 외벽이 검습니다. 저는 그때 원래 그런 돌인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1년 넘게 살고 나서 다시 쓴 쾰른 이야기에 적었습니다.

안에는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습니다

미사가 없을 때는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마침 파이프 오르간이 울리고 있더군요. 미사 중이라 더 안쪽으로는 못 갔어요.

쾰른 대성당 내부, 높은 천장과 기둥
쾰른 대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안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개신교 쪽이라 미사가 익숙하지 않은데도 그랬습니다.

첫 끼는 대성당 옆 브로이하우스에서

Früh BRAUHAUS에 들어갔습니다. 시킨 건 슈바인스학세와 커리부어스트.

접시에 담겨 나온 슈바인스학세
독일식 구운 족발. 껍질이 유리처럼 깨집니다.

가게 안이 맥주를 마시라고 만들어놓은 공간 같았습니다. 긴 나무 탁자에 사람들이 붙어 앉고, 직원이 잔을 들고 그 사이를 계속 지나다닙니다.

긴 나무 탁자가 늘어선 브로이하우스 내부
브로이하우스 천장과 벽면 장식

같이 시킨 커리부어스트는 소시지를 잘라 카레 소스를 끼얹은 것입니다. 학세가 묵직해서 이쪽은 거의 반찬처럼 먹었어요.

잘린 소시지에 카레 소스를 끼얹은 커리부어스트

학세는 껍질이 유리처럼 깨집니다. 안쪽은 반대로 물기가 남아 있어요.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음식은 처음이었습니다.

껍질이 갈라진 슈바인스학세 단면
맥주잔과 받침대가 놓인 브로이하우스 테이블

직원이 맥주 받침대를 테이블에 놓는데, 놓는다기보다 던지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처음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여기서는 여기선 원래 그렇게 놓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깨에 힘이 풀렸어요.

그날 저녁은 되너를 먹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트와 되너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