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착

첫날 밤은 잠이 안 왔고 쌍절곤은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독일에서 맞은 첫날 밤은 친구 집에서 시차 때문에 뒤척이며 보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해온 운동 도구인 쌍절곤을 챙겨 갔는데, 한 번도 꺼내 보지 못했습니다.

첫날 이야기에는 낮 시간만 적혀 있습니다. 대성당 앞에서 입이 벌어진 것과 브로이하우스에서 학세를 먹은 것까지요. 그 뒤의 밤과, 한국에서 짐을 쌀 때 챙겼다가 한 번도 못 쓴 물건 이야기를 여기에 적어둡니다.

친구 집에서 잔 밤

첫날 밤은 현지에 있던 친구 집에서 잤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쉽게 오지 않았어요. 시차 때문이었습니다. 독일이 한밤중일 때 서울은 아침이라서, 몸은 그 아침을 살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밤 열 시면 잠들고 다섯 시가 조금 넘으면 눈이 떠지는 몸이 됩니다. 그 이야기는 포옹 인사에 굳은 날에 적었습니다. 첫날은 그 반대였어요. 캐리어를 찾느라 한 시간을 쓰고, 기차를 타고, 대성당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누웠는데도 잠이 안 왔습니다. 하루가 길었던 만큼 잠은 짧았던 셈입니다.

쌍절곤을 챙겨 갔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쌍절곤으로 운동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갈 때도 짐에 넣었어요. 늘 쓰던 운동 도구였으니까요.

독일에서는 그 물건이 불법 무기로 취급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가져간 물건 중 한 번도 쓰지 못한 건 이것 하나였어요.

이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물건 값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당연했던 게 여기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짐을 풀기도 전에 배웠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일은 그 뒤로도 계속 생겼고요. 마트에서는 병을 돌려주면 돈을 받고, 은행에서는 계좌 하나 만드는 데 약속을 잡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