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일을 보러 갔다가 아이스크림만 먹고 왔습니다
뒤셀도르프에 은행 업무를 보러 갔다가 독일 친구들 손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곳이었습니다.
뒤셀도르프에 은행 일을 보러 갔던 날입니다. 그 은행 일이 뭐였는지는 따로 적어뒀습니다. 한 번에 안 끝났다는 것만 적어둡니다.
이 도시에는 사연이 좀 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 여기 공항이거든요. 그날 수하물을 안 찾고 게이트를 나오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는 쾰른에 살았으니 뒤셀도르프에 올 일이 딱히 없었습니다. 다시 오게 되는 이유는 대개 뭔가 처리해야 할 게 생겼을 때였어요. 관공서나 은행처럼요. 즐거운 이유로 온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날도 그랬는데, 일을 보고 나오니 독일 친구들이 카페에 가자고 하더군요.
레오나르도
레오나르도라는 카페였습니다. 같이 간 친구가 여기 아이스크림이 원래 유명하다고 했어요.
진열대를 보고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고를 자신이 없어서 친구가 고르는 걸 따라갔어요.
쾰른과 뒤셀도르프
두 도시는 기차로 금방입니다. 그래서 쾰른에 살면서도 넘어갈 일이 종종 있었어요.
같은 지역인데 인상이 다릅니다. 쾰른은 대성당 하나가 도시를 통째로 가져갑니다. 어디서 뭘 봐도 결국 그 건물 이야기로 돌아와요. 뒤셀도르프에는 그런 게 없어서 오히려 거리 자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쪽이 낫냐고 물으면 답을 못 하겠습니다. 쾰른은 제가 산 곳이고 뒤셀도르프는 일이 있을 때만 간 곳이라 애초에 비교가 안 됩니다. 사는 도시와 들르는 도시는 다르게 기억되니까요.
그날의 소득
볼일을 보러 갔다가 얻어걸린 카페가 그날의 유일한 소득이었습니다. 은행 쪽은 소득이 없었거든요.
독일에서 지내다 보면 이런 날이 자주 옵니다. 하려던 일은 안 되고, 그 김에 딸려온 것만 남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그러려니 했어요. 기록으로 남은 것도 대부분 그 딸려온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