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코딩으로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는 숨은그림찾기를 잘하고 싶었고, 좀 커서는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싶었다. 독일에서 코딩을 배우던 무렵에도 아는 것과 써먹는 것 사이를 생각했다.

어릴 때 숨은그림찾기와 다른그림찾기를 봤다. 내가 먼저 찾으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못 본 걸 가족이나 친구가 찾아내면 괜히 자책하기도 했다. 그냥 퀴즈인데 그랬다.

관찰력을 높여준다는 책도 사서 봤다. 다른 사람이 놓친 걸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커서는 남들이 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었다.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별별 것을 검색했다. 링크를 타고 또 다른 링크로 넘어갔다.

그렇게 알게 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내가 꽤 기발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또래보다 조금 더 아는 게 생기기는 했지만 깊지는 않았다. 2018년에 쓴 글에서도 그걸 얄팍한 지식이라고 불렀다.

대학교에서는 사람 이야기를 했다

남고를 나와 대학교에 갔더니 세상이 다시 커진 것 같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보다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더 재미있었다. 친한 형들과 소주를 마시며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를 그때 처음 알아낸 것처럼 나눴다. 그 자리에서는 꽤 큰 것을 배운 기분이었다. 누군가와 편하게 대화하고 속 깊은 친구로 지내고 싶었다.

그 무렵부터는 상황을 남보다 한발 먼저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 살 무렵의 나는 그런 사람을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읽은 것을 어떻게 써먹을까

독일에서 그 글을 쓰던 때에도 책과 웹을 많이 읽었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문제를 푸는 기분이 들었다. 어려웠고 자주 좌절했다.

그때 적어둔 통찰력의 뜻은 내가 기억하는 지식을 삶에 적용해서 풀어내는 능력이었다. 멋진 말을 찾다가 결국 내가 읽은 것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느냐는 데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코딩을 배우고 있었다. 자바스크립트 책을 덮고 HTML부터 다시 시작한 일을 적은 글에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한쪽에서는 통찰력을 갖고 싶어 했고 다른 쪽에서는 이제 막 웹페이지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남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건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아는 게 조금 늘었다고 상황을 잘 판단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독일에서 일을 하며 겪은 일들도 그랬다. 읽은 말은 많았는데 막상 내 일 앞에서는 판단을 미뤘다.

그 글을 쓸 때도 통찰력이 노력하면 얼마나 느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 다시 읽어도 그 물음에 숫자로 답할 수는 없다. 다만 숨은그림 하나를 먼저 찾으려고 애쓰던 마음이 책과 검색으로 옮겨갔다는 건 알겠다.

2018년 8월 13일에 남긴 통찰과 통찰력에 관한 글을 바탕으로 다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