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일이 무너지던 해

일정의 90퍼센트를 취소한 날과 그만두고 나온 날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일정의 90퍼센트를 취소하기로 한 곳은 쾰른의 한 카페였습니다.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온 날에는 잠을 자고 초밥을 사 먹었습니다.

2018년의 일은 연말 회고에 흐름대로 적었습니다. 여기에는 그 안에서 장면으로 남아 있는 것만 따로 적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건 적지 않았습니다.

숫자가 먼저 알려줬습니다

첫 프로젝트에서 티켓이 안 팔린다는 걸 처음 느낀 건 객석에 빈자리가 많았을 때였습니다. 매출을 분석해 보니 결과도 좋지 않았어요. 누가 말해준 게 아니라 숫자가 먼저 알려줬습니다. 그때는 그 숫자를 읽고도 다음엔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쾰른의 어느 카페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일정의 90퍼센트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예매량이 너무 부진했어요. 그 결정을 내린 곳은 쾰른의 어느 카페였고, 눈물을 머금고 전부 취소했습니다.

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계약서를 요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큰 사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일은 하는데 돈이 들어오지 않았고, 생활비도 부족해졌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9개월 동안 실제로 받은 돈과 받지 못한 돈이 각각 얼마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액은 적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한 말

함께 일하던 오래된 친구와 크게 다퉜습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은 이랬습니다.

나는 내가 가져갈 것만 가져갈 테니 너는 알아서 해봐라.

돈보다 오래 남은 건 이 말을 한 날입니다.

그만두고 나온 날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온 날, 그 길로 한 일은 잠이었습니다. 정말 오래 잤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독일 곳곳을 신나게 여행했고, 초밥을 사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