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살아본다는 것

니하오 소리를 들으면서 배운 것

독일에 온 지 2년째였습니다. 길에서 니하오 소리를 듣는 일과, 유학생 사회 안에서 본 선민의식에 대해 적었습니다.

2년째였습니다. 처음 왔을 때 쓰던 글과 이때 쓴 글을 나란히 놓고 보면 톤이 완전히 다릅니다.

길에서 듣는 인사

동양인을 보면 니하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모르니까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몇 번 겪고 나니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동양에 나라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여기가 유럽이니까 Hallo라고 하거나 영어로 인사하면 되는 일입니다. 굳이 상대의 국적을 찍어서 인사할 이유가 없죠.

그걸 설명할 자리가 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늘 똑같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제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들렸어요. 일이 잘 굴러가는 주에는 웃고 지나갔고 일이 안 풀리는 주에는 하루 종일 그 소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넘기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그때 썼는데요, 지금 다시 보니 그건 방법을 익힌 게 아니라 그냥 지친 거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유학생 사회 안에서 본 것

한국에 있을 때는 선민의식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여기 와서 자주 떠올렸습니다.

남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는 건 멋진 일입니다.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 두 가지를 붙여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파벌이 생기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계속 아래에 놓여요. 밖에 나가면 다 같은 외국인인데요. 안에서 다시 줄을 세우는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쓰다가 접은 글이 있습니다

독일 유학 생활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중간에 접은 적이 있습니다. 쓰다 보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유럽에서 산다는 것에 큰 그림을 그리고 왔다가 크게 데는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 새롭고 즐거운 건 맞습니다. 유럽이라는 단어가 얹어주는 프리미엄도 실제로 있고요. 다만 머릿속에 있던 것과 실제로 겪는 것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습니다.

남을 비난하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잘못된 걸 고쳐줄 수는 없어도 따라 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