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살아본다는 것

쾰른에 살면서도 한화 이야기를 했다

독일에서도 한국 친구들과 한화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를 보다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보던 야구, 교복 안에 MP3를 숨기고 중계를 듣던 날까지 떠올랐다.

쾰른에서도 야구를 봤다. 한국 프로야구였다. 2018년 여름에는 독일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과 한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특히 같은 팀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할 말이 많았다.

새로 온 외국인 선수가 어떻다거나 올해는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도 늘 하던 이야기였는데 독일에서 하니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좋아하는 팀이 있는 곳은 멀었지만, 경기를 보고 나면 여전히 그 팀 때문에 기분이 달라졌다.

그해 7월에는 야구 이야기를 두 번이나 글로 남겼다. 당시 경기 소식을 쓰다가 어릴 때 이야기로 자꾸 빠졌다. 야구를 얼마나 오래 봤는지 세어보려니 기억나는 장면부터 나왔다.

아버지와 저녁을 먹으며 보던 경기

내가 기억하는 첫 야구는 1999년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던 해였고, 아버지와 저녁을 먹으면서 경기를 봤다.

크게 앞서서 편하게 보던 경기로 남아 있지는 않다.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숨죽여 보던 기억이다. 그때의 나는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몰랐다. 좋아하는 팀이 이겼으니 그냥 좋았다.

새벽에는 iTV에서 해주던 박찬호의 경기도 봤다. 잠이 덜 깬 채 눈을 비비며 앉았지만 투구를 몇 번 못 보고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학교 가기 전 스포츠 뉴스로 결과를 알게 되는 날이 많았다.

박찬호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내가 던진 공도 아니고 밤새 경기를 끝까지 본 것도 아닌데 그랬다.

교복 안주머니의 MP3

2006년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공부하느라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던 해인데, 그해를 떠올리면 야구부터 생각난다. WBC가 있었고 한화의 가을야구도 있었다.

WBC 미국전은 수업 시간에 중계를 들었다. 교복 상의 안주머니에 MP3 플레이어를 넣어놓고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친구들도 몰래 듣고 있었다.

최희섭의 타구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렸던 기억이 있다. 화면은 못 보고 있었는데 넘어가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중계를 듣던 친구들 사이에서 감탄이 나왔다. 선생님 몰래 듣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에는 소리를 냈다.

그 장면은 독일에서 글을 쓸 때까지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해 경기들의 순서나 세세한 결과보다 교복 주머니와 한쪽 이어폰이 먼저 떠올랐다.

독일에서도 한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 같은 팀을 봤다는 것만으로 대화가 길어졌다. 쾰른에 와서 새로 알게 된 사람에게 한국에서 보던 야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018년 7월 13일과 22일에 남긴 야구 기록을 묶어 다시 썼다. 당시 방송 화면과 선수 사진은 옮기지 않았다.